편견과 극우화

편견과 극우화: The Irrational Ape의 관점에서

“편견에 저항하기보다는 나를 안심 시켜줄 정보를 찾는다.” 이 문장은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David Robert Grimes)의 책 『The Irrational Ape: Why Flawed Logic Puts Us All at Risk』에서 인간의 비합리적 사고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날카롭게 지적한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인용문과 책의 논의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극우화 경향과 그 정치적·사회적 동력을 3000자 내외로 분석한다. 극우화는 단순한 정치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편향과 정보 환경의 변화가 얽힌 복합적 결과물이다.

『The Irrational Ape』와 인간의 비합리성

『The Irrational Ape』(한국어판: 미출간, 직역 ‘비합리적 유인원’)는 과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그라임스가 인간의 사고 오류와 그로 인한 사회적 위험을 탐구한 책이다. 그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편향과 감정에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편견에 저항하기보다는 나를 안심 시켜줄 정보를 찾는다”는 문장은 확증편향을 강조한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반대 증거는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을 뜻한다. 그라임스는 이를 인간의 진화적 본능—불확실성을 줄이고 소속감을 유지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정보 과부하와 소셜 미디어는 이 편향을 극대화하며, 극단적 이념의 확산을 가속화한다.

극우화의 세계적 흐름 현상과 확증편향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과 포퓰리스트 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이탈리아의 레가(Lega)가 약진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이 극우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남미의 자이르 보우소나루(브라질)나 아시아의 나렌드라 모디(인도) 같은 지도자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반이민, 반엘리트, 민족주의를 강조하며, 기존 정치 체제에 대한 불만을 동력으로 삼는다.

확증편향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며, 극단적 주장도 ‘진실’로 보이게 만든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QAnon 같은 음모론에 빠져들고, 유럽의 극우 세력은 이민자들이 경제를 망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한다. 이들은 반대 의견을 ‘가짜 뉴스’로 치부하며, 자신을 안심시키는 정보만 소비한다. 그라임스는 이를 “정보의 에코 챔버(echo chamber)”라 부르며, 이는 극우화의 심리적 토대가 된다고 경고한다.

극우화의 동력: 경제, 문화, 기술

극우화는 단순히 심리적 편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제적 불평등, 문화적 갈등, 기술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 경제적 불안: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중산층과 노동계층의 경제적 안정성을 흔들었다. 독일의 AfD는 동부 지역의 경제적 소외감을 파고들었고, 브렉시트는 영국의 산업 쇠퇴 지역에서 강한 지지를 얻었다. 극우 세력은 이를 글로벌리즘과 이민 탓으로 돌리며 대중의 분노를 자극한다.
  • 문화적 반발: 다문화주의와 진보적 가치(예: 젠더 평등, 환경주의)에 대한 반발도 극우화를 부추긴다. 폴란드의 법과정의당(PiS)은 전통 가톨릭 가치를 강조하며 진보적 이념을 ‘서구의 타락’으로 공격한다. 이런 내러티브는 문화적 정체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며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 기술적 촉매: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는 극우 메시지를 빠르게 확산시킨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시청자를 점점 더 극단적인 콘텐츠로 유도하며, 페이스북 그룹은 극우 음모론의 온상이 된다. 그라임스는 이런 플랫폼이 인간의 비합리성을 증폭시킨다고 비판한다.

극우화의 위험과 대응

극우화는 민주주의와 사회적 통합에 심각한 위협이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정부는 언론과 사법부를 장악하며 권위주의로 나아갔고, 미국의 2021년 의회 난입 사태는 극우 폭력의 현실적 위험을 보여줬다. 그라임스는 이런 현상이 비합리적 사고와 편향에서 비롯된다고 보며, 이를 극복하려면 비판적 사고와 과학적 회의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응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

  • 교육 강화: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확증편향을 줄일 수 있다. 핀란드는 가짜 뉴스 탐지 교육으로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 플랫폼 규제: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과 콘텐츠 조절 정책을 개선해 극단적 콘텐츠의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
  • 포용적 내러티브: 경제적·문화적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포용적 정책과 대화가 필요하다. 극우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그들의 우려를 무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결론

『The Irrational Ape』의 “편견에 저항하기보다는 나를 안심 시켜줄 정보를 찾는다”는 문장은 전 세계적 극우화의 심리적 뿌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확증편향은 경제적 불안, 문화적 갈등, 기술적 변화와 결합하며 극우 세력을 키웠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비합리성과 정보 환경의 구조적 문제가 얽힌 결과다. 그라임스의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는 비판적 사고와 포용적 대화를 통해 이 위험에 맞서야 한다. 극우화는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비합리적 유인원’의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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