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인류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스마트폰은 주머니 속에 인류 지식을 담고 다니게 해주었고,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를 누구에게나 열어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여전히 이상한 결정을 내리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반복하며, 가끔은 정말로 “멍청해” 보일 때가 있다.

- 정보는 많지만, 통찰은 부족하다
우리는 지금 ‘정보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많다고 해서 자동으로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중요한지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유튜브 알고리즘, SNS의 추천 시스템은 우리를 더욱 편향된 세계로 밀어 넣는다. “나는 다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실수하고, 틀리고, 때때로는 어리석어진다.
- 감정은 이성을 압도한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이라도, 감정이라는 존재 앞에서는 종종 무너진다. 분노, 두려움, 불안은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는 논리보다 감정을 자극할 때 더 쉽게 퍼진다.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순간, 뇌는 팩트를 확인하기보단 ‘당장 피해야 할 것’을 우선시한다. 결국, 우리는 종종 감정이라는 회로에 갇혀 멍청한 선택을 하게 된다.
- 집단 지성이 때로는 집단 멍청이로
‘여럿이 모이면 더 똑똑해진다’는 말은 이상적으로만 맞다. 실제로는, 집단 내에서 비판은 사라지고, 눈치가 우선되며, “남들도 다 그렇게 해”라는 논리에 빠져들기 쉽다. 이를 ‘집단사고(Groupthink)’라고 한다. 역사 속 수많은 전쟁, 경제 위기, 정치적 실수들은 바로 이 집단적 착각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 우리의 뇌는 게으르다
우리는 합리적인 사고보다 빠르고 쉬운 판단을 더 선호한다. 이를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부른다. 복잡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대충 판단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왜? 뇌는 에너지를 아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결국, “왜 저런 결정을 했지?” 싶은 순간에는, 그 사람의 뇌가 게으르게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 멍청함은 인간다움의 일부다
가끔은 멍청한 실수를 통해 우리는 배우고, 성장한다. 아이가 넘어져야 걷는 법을 배우듯, 인류도 틀림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똑똑해진다.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는 어쩌면 너무나 비인간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때때로 멍청해지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감정과 욕망, 습관으로 이뤄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 마무리하며
우리는 ‘합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 여정은 결코 직선이 아니다. 때로는 삐끗하고, 헛디디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하지만 그 멍청함마저도 인간다운 아름다움이 아닐까?
멍청해도 괜찮다. 문제는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서 다시 배우는 것. 오늘 내가 한 어리석은 선택도, 내일의 통찰이 될 수 있다면, 인류는 아직 희망이 있다.